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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조나 이율곡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정도로 조선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유(巨儒)들이 많다. 그리고 이들 외에도 이름 석자를 대면 어디선가 본 듯 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인물이 여럿이고, 이 중에서 되새겨볼만한 의미를 지닌 인물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림 열전1 에는 바로 이런 사림들의 행적을 좇으며, 그들이 남긴 사림으로서의 면모와 기개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인물은 최부, 박상, 김인후, 유희춘, 기대승, 박순,이발, 정개청 등 모두 여덟 명이다. 이들은 훈구세력을 비판하고, 왕에게도 성리학적 군주의 모습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조선 사회의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붕당이 생기자, 서로를 희생시키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이 책에 등장하고 있는 사림 대부분은 선조 대에 활약을 보인 인물이다. 선조시대는 훈구파가 물러나고 뛰어난 사림들이 확실하게 자리잡았고, 그렇기에 조선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뛰어난 사림들이 대거 등장했던 시대였던 것이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고향으로 낙향해, 교육에 힘쓴 처 사형 인물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화나, 옥사로 숨지거나,유배 경력이 있는 인물이 대부분이었다.훈구파나 외척의 전횡을 비판하고, 연산군의 방종과 타락을 지적했던 최부는 결국 갑자사화에서 희생되고 말았다.박상은 반정 세력의 기세로 인해 사람들이 위축돼 상황에서 상소를 올리면서 사림의 역할에 물꼬를 텄고, 인종의 세자시절 스승으로 인종이 일찍이 요절하자, 낙향해서 어지러운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던 인물이 김인후였다. 김인후는 훗날 선비라면 누구나 꿈꾸는 문묘에 배향되는 영광을 누렸다. 유희춘은 양재역 벽서사건으로 20여년간 유배생활 끝에 복직했지만 결국 고향으로 귀향했고, 이황과 서신을 주고 받으면서 사단 칠정론을 논의했던 기대승은 사림에게 지적인 자극을 주었고, 결속하게 만들었다. 박순은 공론을 조성해서 외척인 윤원형 축출을 주도했고, 이발은 조광조의 뜻을 이어받으려고 했지만 정여립 사건과 연루된 혐의로 멸문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공과 사와 천리와 인욕,의와 리를 구분하려고 했던 지만 정개청은 정여립 사건으로 유배지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간단하게 살펴봤지만 이들의 삶의 궤적 속에는 사림정신이 투영돼 있었다.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 앎을 실천하려는 시도를 잊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직언을 서슴지 않았고, 왕에게도 수행과 도덕을 강조하는 한편 스스로는 학문과 교육, 참여와 비판을 통해 시대 변화를 주도하는 의미있는 세력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아쉬운 것은 사림의 역할이 성공을 거둔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발이나 정개청이 희생된 데에는 붕당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사림 내부의 분열과정에서 붕당과 권력 다툼을 보였고, 정여립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수 많은 사림들의 희생을 보노라면 명분보다는 당의 이해를 우선시하는 쪽으로 사림 정신이 변질될 조짐이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16세기에 활약한 사림들의 삶과 생각을 재구성하였다. 16세기는 세조의 찬탈과 연산군의 광란이 빚어낸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려는 선비들이 거듭 희생을 당한 사화의 시대였다. 또한 그럼에도 바른 정신과 깊은 학문을 무기로 선비들이 정국을 주도하게 된 사림의 시기이기도하다. 저자는 이러한 점에서 16세기 조선 선비들을 주목할 이유를 찾고 있다.
총 3부작으로 기획된 이 책은 조광조나 이황, 이이 같은 인물들 외에는 그동안 일반의 관심에서 소외되었던 조선 선비들을 발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 그리고 그 중 첫 번째 책에서는 호남에 연고를 둔 여덟 선비가 소개된다. 문묘에 오른 김인후나 기대승처럼 비교적 잘 알려진 인물들을 포함, 최부·박상·유희춘·박순 등의 선비들의 학문적 업적과 정치적 역할을 새로이 조명하고, 이발·정개청처럼 의도적으로 역사적에서 지워진 인물들을 복권하기도 한다.
이들 사림들은 학문적 역량과 경륜으로 진정한 왕도정치를 꿈꾸었다는 데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책은 이들이 임금과 마주앉아 토론하고 갈등하는 광경을 사료를 바탕으로 소상히 묘사하여 16세기 당시의 정치적 지형을 재구성한다.
감사의 말
서론 - 왕도정치, 이룰 수 없는 꿈이었는가
새로운 나라의 임금과 신하 / 절반의 화해 그리고 균열 / 화해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역사인식 / 명맥이 끊길 번한 나라를 되살리는 길 / 희망의 노래, 학문의 힘 / 사림정치와 붕당 / 임금은 선비의 마당[場]과 그물[網]을 거부하였다
* 최부(崔簿) - 하늘의 뜻으로 세운 나라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1. 숨김 없는 삶
광란의 덫에 걸리다 / 이러다 나라의 명맥이 끊길지 모른다
2. 하늘의 빛은 땅을 가르지 않는다
: 먼 섬에도 자랑스런 문명이 있구나 / : 가보지 않고 중국을 알 수 있는 책 /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3. 나라의 역사를 바로 세우다
의 사론을 집필하다 / 조선의 건국은 하늘의 뜻이었다 / 부여씨(夫餘氏)의 제사가 끊겼으니 오호라 슬프다! / 계백을 되살리다
4. 소중한 사람: 삽화 그리고 후주(後奏)
정몽주를 문묘에 올리다 / 통일을 향한 새로운 기억을 위하여
* 박상(朴祥) - 인륜을 팽개치면 바른 정치를 할 수 없다
1. 임금이 바뀌었으면 정치도 바뀌어야 한다
이미 나라의 명맥이 끊길 뻔하였다 / 공신이 먼저 반정의 명분을 팽개치다 / 임금이니 더욱 조강지처를 버릴 수 없다
2. 공신의 욕심을 채워주면 반역을 부추긴다
우애와 기질 / 공신과 토호를 이대로 두고 백성을 살릴 수 없다
3. 정치개혁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다
새로운 시대가 오는가 / 세상은 다시 어두워졌다 / 조광조의 상여를 떠나보내며
4. 바른 말과 옳은 뜻이 하늘에 닿아 있다
소중한 만남 / 을 엮고 김시습의 글을 수습하다 / 기묘완인
* 김인후(金麟厚) - 해와 달은 사사롭게 비치지 않는다
1. 신하의 길
동궁의 신하가 될 것이다 / 에 전한 마음 / 역(逆)이지만 기실은 충(忠)이다
2. 희망의 노래
시를 읊고 술을 찾는 세월 / 시는 나의 무기 / 반가움과 아쉬움
3. 하늘의 뜻에 따라 산다는 것
시대를 넘어서고 우주를 만나다 / 천명은 사람의 일[人事]에 달려 있다 / 세상의 불행은 하늘을 공경하지 않기 때문이다
4. 하늘은 중화와 이적을 나누지 않았다
갑자기 세상을 버리니 우리 도학(道學)이 불행하다 / 백화(百花) 세상을 위하여
* 유희춘(柳希春) - 적막하고 아득해도 공부를 그칠 수 없다
1. 사화의 전승(傳乘)
외조부와 형을 사화로 잃고 아버지에게 배우다 / 지독한 보복, 어쩔 수 없는 세상이었다
2. 유배지의 꿈과 공부
공부하고 가르치지 않았으면 부서졌을 것이다 / 다시 세상에 나가지 못한다 해도
3. 학문으로 세상을 감동시키다
물어봐서 모르는 것이 없으니 어찌 이리 기특한가 / 문헌을 숭상하는 조용한 나라를 위하여
4. 기록과 기억: 세월의 소홀함을 이겨내다
지치고 곤혹스러웠다 / 우리 함께 떠날 때가 되었구려
* 기대승(奇大升) - 평생 공부하지 못하고 떠나니 한스러울 뿐이다
1. 모르는 것을 감추지 않았고 의문은 풀지 않을 수 없었다
고담준론으로 신진의 영수가 되다 / 젊은 스승이 나타나다 / 퇴계와의 편지, 새로운 시대를 위한 선언이었다 / 임금과 재상이 바로 서는 나라
2. 새로운 정치를 위하여
임금의 마음은 하늘에 닿아 있어야 한다 / 임금과 신하는 정의(情義)가 소통하여야 한다 / 과거청산 없이 새로운 정치나 학풍의 쇄신은 불가능하다 / 원로중신과의 충돌: 구신은 떠나라 / 사람을 키우는 일이 우선이다
3. 최후의 광경
숲과 강을 백성에게 개방하자 / 국사(國事)는 이미 그르쳤다 / 논쟁과 청의(晴誼)
* 박순(朴淳) - 새로운 정치가 참으로 어렵구나
1. 외척 권신을 몰아내다
맑음으로 더러움을 씻어내다 / 휴지(休止)의 미학
2. 사림재상의 출현
기다림의 정치 / 선류(善類)의 종장(宗匠)이 되다
3. 임금 모시기가 이렇게 힘들 수가 없다
이제는 붕당인가 / 국왕이 문제였다 / 재상의 한숨은 깊고 길었다
4. 오해와 변명
임금과 친구 사이에서 / 학술을 내세우지 않고 학설로 갈라서지 않았다 / 여운(餘韻): 삶과 노래
* 이발(李潑) - 하늘인가 사람인가, 누가 죽였는가
1. 붕당정치의 한복판에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죽었다 / 열린 마음, 맑은 성품의 소유자 / 정국의 중심에 서다
2. 선비와 힘을 모으자
이이와 이발, 편지를 주고받다 / 협력과 화합의 길목에서 / 정철과 이발
3. 고향에서 살다
부친상을 당하다 / 재조사림(在朝士林)의 내림
4. 무서운 세상이 오고 있었다
서로 시름을 앓다 / 겉은 초연하였으나 실은 단호하였다 / 임금의 뜻은 딴 데에 있었다
5. 뿌리째 뽑히다
유언비어가 난무하다 / 아아, 한발 늦었다 / 에 담긴 뜻
* 정개청(鄭介淸) - 운명은 어쩔 수 없어도 세상은 바꿀 수 있다
1. 기축옥은 사화였다
억울한 죽음들 / 어처구니없고 아찔하였다
2. 죽음의 구실
절의를 배척하였다니 / 박순과 정개청
3. 독실한 앎과 삶 그리고 안타까운 풍경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치다 / 김천일과의 의례논쟁
4. 겸허의 정치학
구차한 세상을 질타하다 / 누가 어지러운 세상을 책임질 것인가 / 임금이 교만하면 폭군이 된다
5. 죽음 뒤에 더욱 원통하였다
캄캄한 지하의 원통한 넋들의 통곡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 배척은 끊이지 않았다 / 윤선도의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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