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근대성의 젠더

himdols 2024. 1. 26. 10:19


나는 페미니즘 관련서적을 즐겨 읽는다. 지식사회학과 더불어 페미니즘은 사회학적 상상력을 튼튼하게 길러주는 영양제라고 생각한다. 지식사회학과 페미니즘에 대한 메타적 이해가 부족한 학자들은 비판적 성찰력이 결여된 반푼이로 전락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이론가 리타 펠스키(Rita Felski)의 [근대성의 젠더](The Gender of modernity, 1995)는 페미니즘 이론의 렌즈를 통해 근대성의 텍스트에 나타난 성별 재현을 문제삼고 있다. 전형적인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을 보여주기에 저자가 제기하는 질문의 신선함과 독특함을 따지기보다는 저자가 내리는 결론의 상세함과 논리성에 주목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근대성은 남근중심적이다. 이 말은 다른 말로 풀이하면 가부장적이다, 이성중심적이다, 로고스중심적이다, 구어중심적이다, 시각중심적이다..등으로 다양하게 번역할 수 있다. 저자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분석하여 근대성과 여성성의 관계와 성별의 재현문제와 정체성 담론을 살피고 있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역자의 말을 빌리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남성들이 쓴 문화적 텍스트가 여성성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였으며 어떻게 재현했는가, 또 여성들은 자신의 여성성을 근대성과 관련하여 어떻게 자리매김했으며 그것이 여성이 쓴 텍스트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저자는 젠더 정치학의 관점에서 허구적 텍스트와 이론적 텍스트, 대중적 텍스트와 학술적 텍스트를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담론에 재현된 여성성과 여성화이미지를 분석한다. 예를 들면 히스테릭한 여성, 기계 여성, 탐욕스러운 소비자, 창녀, 여성화된 유미주의자, 페미니스트, 성도착자 등과 같은 이미지이다. 저자는 에밀 졸라의 [여인천국]과 [나나],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같은 프랑스 문학작품들을 통해서 여성 소비자로서의 독자 이미지와 상품화 사회의 현상을 분석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자허마조흐의 [모피를 입은 비너스], 위스망의 [거꾸로] 등의 고급예술을 통해서 남성의 여성화와 나르시시즘적 성격을 밝힌다. 영국의 대중소설가 마리 코넬리의 작품을 통해 도피주의, 환상, 멜로드라마와 감상벽 등의 특성을 근대문화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여성참정권 운동 시기의 연설문과 논문 등을 통하여 페미니즘 운동담론이 남성중심적인 성별화된 담론을 전유하면서 정당화하는 과정을 살핀다.
근대성의 성(gender)은 남성인가, 여성인가: 근대성 담론으로 ‘여성’을 끌어들이다

근대성과 페미니즘 으로 출간 되었던 책이 근대성의 젠더 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간 되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유럽, 특히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분석하면서 근대성과 여성성의 관계에 주목하고, 모더니즘, 모더니티, 이른바 ‘근대성’에 관한 담론에서 늘 배제되어왔던 ‘여성’을 논의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또한 당대의 전반적인 사상과 세태를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는 소설 텍스트에 내재된 ‘남성성’, 즉 관습화된 남성 중심적인 근대성과 모더니즘 이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거기에 페미니즘의 숨결을 불어넣어 근대성과 모더니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책이 오늘날까지도 유효하게 읽히는 까닭은 여성성 찬양과 남성성 비판이라는 기존의 이분법적인 비판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허구적 형식과 비허구적 형식, 정전(正典)과 비정전을 아우르는 다양한 텍스트 속에 재현된 여성의 형상들(히스테릭한 여성, 기계 여성, ‘탐욕스러운’ 소비자, 창녀, 여성화된 유미주의자, 페미니스트, 성도착자 등)을 성별 정치학(gender politics)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근대성과 여성성의 복합적인 관계를 해명함으로써, 점점 도식화하고 있는 오늘날 페미니즘 담론에 선구적 모델이 되고 있다.


옮긴이의 말
감사의 말

서론 근대의 신화
1장 근대성과 페미니즘
‘근대성의 여주인공들’
모더니즘 미학과 여성의 근대성
방법의 정치학

2장 향수에 대하여―역사 이전의 여성
과거를 욕망하기
미분화로서의 여성성
고대적 어머니
근대 사상에 나타나는 향수 패러다임

3장 상상적 쾌락―소비의 성애학과 미학
상품과 여성의 욕망
쇼핑과 성
모든 것을 소비하는 여성
읽는 것은 먹는 것이다?
복잡한 소비

4장 남성성의 은폐―글쓰기의 여성화
여성화된 남성
상품 미학과 나르시시즘적 텍스트
텍스트성과 동성애
혐오스러운 여성
자연에 반대하여?

5장 사랑, 신, 그리고 동양―대중적 숭고 읽기
멜로드라마와 근대성
사랑과 이상
세상 밖으로
이국적 숭고
대중적인 것의 정치학

6장 새로움의 정치학―진화와 혁명에 대한 페미니즘 담론
페미니즘의 상징정치학
미래는 여성적이다
혁명의 글쓰기
근대성과 새로움의 정치학

7장 성도착의 예술―여성 사디스트와 남성 사이보그
욕망의 근대화
잔인한 여성
성도착의 연행
성도착의 역사화

후기 근대 다시 쓰기

댓글